IT/통신 정보

한국의 eSIM 개요와 문제점 총정리

나루🎵 2023. 4. 27. 20:12

작년 9월 이후 대한민국에도 드디어 eSIM 서비스가 개시되었습니다.

 

그러나..들어오자마자부터 해외와는 달리 국내의 다양한 규제 때문에 비교적 절차가 간단한 해외와 달리 복잡하고, 수수료도 내야하는 이상한 시스템으로 도입이 되었는데요..(K-eSIM)

 

마침 제가 eSIM이 막 도입되었을 때 잠시 K모 통신사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내용과 함께,

eSIM이란 무엇인지부터, 한국에서의 규정 등등,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아가 보도록 합시다.

 

 

 


eSIM이 뭔데?

 

앗차, 제일 기본적인 것 부터 설명을 드리고 시작하도록 하죠.

한국의 경우 3세대 이동통신(3G)부터 실물 USIM 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USIM이란 'Universal Subscriber Inentify Module'의 약자로, 가입자 식별 모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히려 다들 이제는 SIM카드가 없는 옛날 방식보다 SIM카드를 더 많이 써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이동통신 가입 정보가 저장되는 칩이죠.

 

LiivM 전용 SIM / LG U+망 알뜰통신사 겸용 SIM

 

이번에 설명할 eSIM은 'embedded SIM'을 줄인 말로, 내장형 SIM 카드입니다.

SIM 정보가 휴대폰에 데이터로서 저장되고, 휴대폰에 내장되어있는 SIM 칩에 eSIM 데이터가 탑재되어 돌아가는 방식인 셈이죠.

 

eSIM을 사용함으로서 얻는 장점으로는,

- 물리적 SIM과 달리 고장날 우려가 없다.

- 작디 작은 SIM카드를 잃어버릴 일이 없다.

- 발급비용이 없다(한국의 경우 비교적 저렴하다..)

- SIM카드 슬롯을 없애 휴대폰의 부피를 줄일 수 있다.

- 손쉽게 다운로드 및 제거가 가능하다.

 

이정도가 있을 것 같아요.

 

또한 eSIM을 지원하는 단말기의 경우 대부분이 듀얼SIM을 함께 지원하기 때문에, 휴대폰 하나에 2개의 이동통신 회선을 넣어서 업무용/개인용 전화번호로 쓰거나, 저렴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와 저렴한 전화 무제한 요금제를 함께 쓰는 등의 요금 절약 방법으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한국의 경우 이런 일이 없다시피 하지만, 해외의 경우 지역에 따라 특정 통신사는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어 음영지역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하기도 하구요.

 

 

eSIM 다운로드 방법

 

다운로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방법과 기술적 면으로 나누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1. 방법적인 부분

 

-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eSIM 다운로드 QR코드를 읽기

 

제일 보편적인 방법입니다.

통신사마다 개통 완료 화면에 QR코드를 띄워주는 곳도 있고, 메일 등으로 QR코드를 보내주는 곳도 있습니다.

제공받은 QR코드를 인식하면 자동으로 eSIM이 단말기에 다운로드됩니다.

 

과거 eSIM 공식 활성화 전 tplus사의 eSIM 다운로드 QR코드

 

 

- 단말기에서 제공하는 'eSIM 전송' 또는 'eSIM으로 전환' 기능 활용

 

현재는 아이폰에서 LG U+를 시작으로 통신 3사 MNO에서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아이폰으로 eSIM을 옮겨 사용하고 싶거나 물리SIM을 eSIM으로 전환하고 싶을 때 진행할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전송' 또는 단순 '전환'은 아닙니다.

 

이용자가 단말기의 전송 또는 전환 메뉴를 통해 통신사 전산을 활용, 새 eSIM을 발급받아 SIM카드 변경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하실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이 기능을 이용하실 경우, 전산 오픈 시간(월~토 08:00~20:00)에만 이용이 가능하며 eSIM 발급 비용 2,750원이 부과됩니다.

 

다만 iOS 16부터 블루투스를 이용한 '진짜' eSIM 전송 기능이 추가되었는데, 가능성은 희박하지만(통신사들 돈 벌어야 한대요..) 통신사에서 이 기능을 오픈해 준다면 수수료 없이 eSIM을 자유롭게 전송할 수 있게 됩니다.

 

'근처에 있는 iPhone에서 전송' 기능을 활용하면 윗 단락에서 설명한 기능이 실행됩니다.

 

 

- 통신사에서 제공받은 키 값을 직접 타이핑

 

QR코드를 제공받았어도, 가끔씩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 할 때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갑자기 카메라가 먹통이 되었다던지, QR코드를 띄울 다른 기계 또는 프린터 등이 없다던지 하는 경우죠.

 

이럴 때를 대비해서 통신사에서는 백업 수단으로 eSIM을 받을 수 있는 키 값을 제공합니다.

 

바로

SM-DP+ 주소

활성화 코드

확인 코드

 

 

이 3가지가 주인공인데, 확인 코드는 대체로 사용하지 않는 듯 합니다.

 

이 부분은 바로 아래, 기술적인 부분에서 추가로 자세히 설명해 드리도록 할게요.

 

 

2. 기술적인 부분

 

방금 전, 마지막으로 말씀 드린 방법으로 키 값을 직접 타이핑하면 eSIM을 다운받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eSIM을 다운로드하기 위해서는 전산에서 심카드를 받아오기 위한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한데요.

간단하게 구분하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통신사 전산을 통해 eSIM 발급 절차를 끝낸 뒤, SM-DP+ 주소에 통신사에서 제공받은 활성화 코드를 제공해 eSIM을 다운받기

- 통신사 전산에 내 휴대폰의 EID 값을 등록 후, 통신사 전산을 통해 eSIM 발급 절차를 끝낸 뒤, SM-DP+ 주소에 EID값을 제공해 eSIM을 발급받기(개통 작업 중 자동으로 주고받습니다.)

 

 

대체로 해외에서는 활성화 코드를 이용한 방법을 많이 이용하고, 한국에서도 22년 9월 MNO 3사를 통해 eSIM이 열리기 전 '티플러스'라는 알뜰폰 통신사를 통해 eSIM이 서비스될 때까지는 이 방법을 많이 활용했는데요.

 

한국에서는 제도적 문제(K-eSIM)로 인해 EID를 포함한 기기정보 등록이 의무화되어 있어 굳이 활성화 코드를 주지 않고 후자의 방법을 주로 이용합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SM-DP+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SKTelecom https://rsp-0010.oberthur.net
KT iPhone: kt.prod.ondemandconnectivity.com
Galaxy: LPA:1$kt.prod.ondemandconnectivity.com$
LG U+ iPhone: lgu.prod.ondemandconnectivity.com
Galaxy: LPA:1$lgu.prod.ondemandconnectivity.com$

 

 

눈치 채셨나요?

eSIM은 IMEI 기준이 아닌, EID 기준으로 다운로드됩니다.


한국의 Dual-SIM 규제

 

eSIM 이야기를 하는데 왜 뜬금없이 듀얼심 이야기를 꺼내나 싶으실 겁니다.

그러나 한국의 듀얼심 시장은 사실상 eSIM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고, 그러다 보니 같이 묶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국은 사실..인터넷, 통신 강국이라고 자칭하지만 그건 옛날 이야기입니다.

보수적인 시장 환경 속에 발전의 기회를 많이 놓치고, 사실상 요즘은 뒤따라가기 일쑤죠.

 

해외에서는 옛날에 나온 피쳐폰은 물론이요, 해외판 일부 갤럭시에 듀얼심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고, 심지어 아이폰은 2018년도에 출시된 iPhone XS 시리즈부터 국내 출시 버전을 포함해 듀얼 심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부터 국내에 eSIM 모바일 단말기가 공식 출시된 것을 애써 모른체 한 채, 2022년에 강제로 정부가 밀어붙이기 전까지 없는 물건 취급한 데에는 통신사의 복잡한 셈법이 있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앞쪽에서 제가 언급한 내용 중..

[저렴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와 저렴한 전화 무제한 요금제를 함께 쓰는 등의 요금 절약 방법으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를 생각해보면, eSIM이 활성화되면 통신3사에서의 고객 이탈은 기정사실이라는 내부 의견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아무튼, 듀얼심 단말기의 경우 2개의 IMEI(단말기 식별번호)를 부여받기 때문에 통신사 전산 상에는 이 두 IMEI가 각각 다른 기기로 인식됩니다. 원래는 같은 단말기에서 어떤 요금제 구성으로, 어떤 명의로, 어떤 통신사로 사용하고 있는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의 정부는 악명 높은 단통법을 만든 곳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듀얼 심 단말기에 이런 제한을 걸어버리고 맙니다.

 

- 통신사 전산에 IMEI와 EID 등록 필수
- 듀얼심 단말의 경우 IMEI 2개를 모두 등록하고, '맵핑' 필수
- 맵핑된 단말기는 단독 사용 또는, '동일명의' 2회선 개통만 가능
   -> 만약 개통된 명의가 서로 다른 경우, 양 쪽 회선이 자동으로 일시정지 처리됨

사실 맵핑까지는 그러려니 합니다만.. 동일명의로만 개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너무 과한 규제입니다.

명목은 '대포폰 방지' 라고 하는데, 사실 맵핑까지 강제하는 이상 동일명의 제한이 없는 편이 오히려 대포폰 사용자를 적발해 내기는 더 쉽거든요.

 

A가 대포폰 명의 B의 회선을 자신의 듀얼심 단말기에서 동시에 개통시켜 사용이라도 하면..추적하는건 시간문제 아닐까요?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런 제한 아래에서 생기는 문제가 몇 가지 발생합니다.

 

문제점 예시

 

1.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 통신비 절감을 위해, 자신의 데이터쉐어링 회선과 자녀의 메인 폰 회선을 듀얼심 휴대폰에 넣어서 줬다고 가정합시다.

-> 전산 상에서 한 단말기에 다른 명의의 2개 회선이 들어갔다고 인식되어 데이터쉐어링과 자녀의 메인폰 회선이 모두 정지됩니다.

 

이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입니다.

 

2. 전산상 문제

위의 환경에서 만들어진 한국의 통신사 전산은 IMEI와 EID를 모두 전산에 등록한 후, eSIM으로 '확정기변' 절차를 진행하면 eSIM이 발급됩니다.

문제는 확정기변을 진행할 때는 EID가 아닌 IMEI를 점유한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로 들어보면,

A가 eSIM으로 아이폰을 서브폰으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가정합시다.
어느날 더 이상 서브폰이 필요가 없어져 아이폰을 중고로 팔기로 결심하고, eSIM을 삭제하고 더이상 신호가 잡히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B에게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A는 그 회선을 사용했었던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살게 됩니다.

실제로 많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보통의 eSIM이라면 이렇게만 해도 다음 사용자가 문제 없이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K-eSIM은 그렇지 않습니다.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개통이 되어도, 되지 않아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 A가 eSIM을 사용하던 IMEI로 B가 개통을 시도한 경우

 -> 이미 해당 IMEI는 통신사 전산 상 A가 사용하던 서브폰의 회선이 점유하고 있어, 개통 시도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 A가 eSIM을 사용하지 않던 IMEI로 B가 개통을 시도한 경우

 -> 통신사 전산 상 IMEI1과 IMEI2의 명의자가 다른 케이스가 되므로 개통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정상 개통이 진행되나, 개통되자마자 동일명의가 아니라며 A는 더이상 모르는 서브폰 회선과, B의 회선이 모두 일시정지 처리됩니다. 

 

A가 eSIM으로 본인 명의의 회선 1과 회선 2를 하나의 아이폰에서 이용하고 있었다고 가정합시다. 
어느날, 다른 휴대폰에서 이용하고 있던 회선 3을 아이폰에 eSIM으로 추가로 끌고 와서, 필요에 따라서 2개씩 회선을 조합해 사용하고자 합니다.

3회선 이상 사용하는 사람이 흔치는 않아서, 많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가능한 상황입니다.

보통의 eSIM이라면 이 상황 역시 아무 문제 없이 추가로 eSIM을 다운받아 3개의 eSIM을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최대 2개씩 활성화시켜 사용할 수 있는데요.

K-eSIM은 방금 말씀드린 전산상 문제 때문에 위의 상황에서는 추가로 eSIM의 다운로드가 불가능합니다.

 

기존 2개 회선 중 1회선을 해지하거나 타 기기로 기기변경한 후에야 다른 eSIM을 더 추가할 수 있습니다.

 

Dual-SIM '공식 지원'? 오히려 문제 심각해...

상기한 대로, '공식적으로' 듀얼심과 eSIM을 개통하기 위해서는 기기 정보를 통신사에 등록하고 맵핑해야 합니다.

여기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 오등록 가능성

IMEI는 오입력 등에 의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체크섬(마지막 1자리)이 있고, 통신사 전산에는 체크섬으로 검증된 번호만 입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자리로만 검증을 진행하기 때문에 우연히 번호를 틀렸을 때, 우연히 체크섬이 일치해 등록이 되어버린다면? 심지어 그 IMEI를 누군가 사용 중이었다면?

아, 고객이 직접 입력하지 않으니 상관이 없지 않냐. 라고 하신다면 오산입니다.(물론 고객이 직접 입력할 수 있는 통신사도 있습니다.) 대리점 직원도 이런 실수는 충분히 할 수 있고, 만약 이런 인적 오류가 발생한 경우 굉장히 복잡해지는데요.

일선 대리점에는 "언맵핑 권한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언맵핑을 위해서는 대리점에서도 본사 측 담당자에게 연락해 직접 언맵핑을 요청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당일 처리가 안되고 최소 1영업일 이상이 걸립니다.

 

그 동안에는 사실상 휴대폰을 개통하지 못 한다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물론 잘못 등록된 상태로도 개통은 가능하지만, 그 경우 잘못 등록된 IMEI의 휴대폰을 사용 중인 다른 명의의 회선이 있다면 그 회선과 당신의 회선이 함께 정지됩니다.)

 

직접 정보를 등록하는 통신사의 예시

 

- eSIM, pSIM IMEI의 구분으로 인한 오류

아이폰 12 시리즈/SE2까지와, 갤럭시 시리즈는 실제로 eSIM과 pSIM의 IMEI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에서는 자유롭습니다.

아이폰 13 시리즈/SE3부터는,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eSIM과 pSIM의 IMEI 구분이 없습니다. 어떤 IMEI로도 eSIM을, pSIM을 개통할 수 있습니다. 전산 상에서 어떤 IMEI로 개통하던 먼저 활성화 되는 순서대로 IMEI를 점유합니다.

일단 제가 있던 K모 통신사는 이를 체계적으로 정확하게 대응해 문제가 없습니다만, 많은 분들의 추측 상 S모 통신사의 경우 기종에 상관없이 eSIM과 pSIM을 구분하고, 심지어 pSIM으로 등록된 IMEI로 eSIM이 개통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있더라구요.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통신사에서의 인적 오류로 인해 제대로된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라리 이럴 거면, '듀얼심' 공식 지원이 아닌 'eSIM' 공식 지원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정부의 입김때문에 어쩔 수 없긴 하지만요.

 

 

결론

한국의 eSIM은 결국 '핫하 마냥 너희 마음대로 하게 두진 않겠다!' 라는 국가의 다짐과, 그를 등에 업고 eSIM 발급비 명목으로 배를 불리기 위한 통신사의 장난질이 다량 함유된... 이상한 물건입니다.

이대로 가면 서비스 과정에서 계속해서 잡음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eSIM을 뭘로 생각하는 걸까요? 2G 시대의 나밍?

 

하루빨리 이런저런 규제들이 철퇴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생각나는대로 추후 작업을 통해 이 글을 중심으로 가지내리기 형태로 수정하고, 더 보기 편하게 개선해 볼게요.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댓글 또는 이메일 (cs@naru.is) 주시면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답변해 드릴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