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항공리뷰

15JUN15, 서울/인천(ICN)-야쿠츠크(YKS) 야쿠티아항공 R3 506, 수호이 수퍼젯 SU-100-95

나루🎵 2025. 2. 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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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 글을 쓰는데 10년이 걸릴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오늘 리뷰는 코로나19로 인해 단항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운항 재개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비운의 노선입니다.
 
인천공항에서 주 1회 직항으로 운항하던, 그리고 단항 직전에는 최대 주 2회까지 운항하던 인천-야쿠츠크 간 직항편의 후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야쿠츠크가 어디야..?

 
사실 야쿠츠크가 정말 생소한 지역이고, 저 또한 이 곳에 갈 일이 생기기 전에는 알지도 못했던 지역이기 때문에 잠시 소개를 간단히 드리고 시작할게요.


 

 
야쿠츠크는 러시아의 자치 공화국인 사하 공화국의 수도로서, 러시아의 극동부에 위치하고 있어요.
한국과 지리적으로 같은 경도에 위치하고, 시차도 없습니다.
다만 고위도 지역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일출, 일몰시간이 크게 차이가 나고, 제가 갔던 시점에는 일출, 일몰 자체는 있지만 채 어두워지기 전에 다시 해가 떠서 백야현상이 있을 때였어요.
참고로 지명의 유래는 사하인(야쿠트)의 지역이라는 의미라고 해요.
 
조금 더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면 '시베리아'를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행정적으로 시베리아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시베리아라고 하면 보통 함께 간주해서 부르는 지역에 포함되어 있고, 전세계에서 제일 추운 지역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오이먀콘 역시 사하공화국의 영토니까요.
 
지질자원, 특히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금광석이 매우 풍부한 지역이라 다른 지역에 비해 약간은 보석류가 저렴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한국과도 친선 관계가 있는 지역으로서, 인적 교류가 종종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 때 당시 인적 교류 차원에서 단체로 다녀왔답니다.
 


저는 야쿠티아 항공을 타는데요..?

 
빠르게 항공 리뷰로 돌아와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받은 탑승권이 바로 이것...

 

...솔직히 예상은 했습니다. 아직 글을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13년도즈음 필리핀에 다녀올 때 대한항공 보딩패스 용지를 그대로 쓴 항공사가 있었거든요.
 
매번 받아들 때마다 당황스러운건 사실이긴 합니다만, 이제 대한항공 보딩패스 용지 자체가 사전에 아무것도 인쇄되어 있지 않은 새하얀 용지로 바뀐 것을 생각하면 이제 이것 자체도 더 이상 볼 수 없는 보딩패스이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까지도 저는 아직 대한항공 국제선을 타 본적이 없었기에, 대한항공을 탄 적도 없는데 보딩패스는 받아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때까지는 입국도장만 의무가 폐지되고, 출국도장은 날인을 해야했었던 모양입니다.
 
심사를 마치고 여권과 보딩패스에 출국도장을 날인받았습니다.

 

 


첫경험이 너무 많아!!
R3 505 ICNYKS RA-89012 Sukhoi Superjet 100-95B

 
사실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탑승구였습니다.
인천공항은 이 때 당시에는 터미널이 하나 뿐이라 저가항공사, 비동맹 외항사이면 어지간해서는 탑승구행이었거든요.
 
그런데 29번 탑승구라니, 웬일로 메인 터미널 출발인거야?!
라고 생각했으나...

 

 
 
창문과 보딩브릿지는 온데간데없고, 웬 은행 환전소 앞에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내려가 보니 인천공항 치고는 너무 낯선 모습의 장소가 나오더니...

 

 
 
네..리모트였습니다.
기종이 SU95였던 탓에 보딩브릿지 접현이 불가했던 건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스러웠어요.
 
이 때까지는 어째선지 인천공항에는 리모트가 없는 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실제로 인천공항에서 리모트를 걸리는 일이 매우 드물기도 하기 때문인걸까.. 하여튼 살면서 처음으로 인천에서 리모트 탑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때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리모트탑승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탑승객으로서 인천공항 램프를 돌아다닐 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열심히 담아보려고 했지만 한밤중이라 너무 깜깜하고 이 때 당시 카메라도 좋지 않아 이 사진 외에 제대로 나온건 없습니다ㅠㅠ

 

 
대망의 탑승입니다.
인생 첫 러시아제 비행기, 수호이 수퍼젯 100-95 기종입니다.

 

 
동체 자체가 작아 탑승인원이 적다 보니 앞문과 뒷문을 제외하고는 비상구조차 없는 모습이 너무 위화감이 컸답니다.


도장 디자인은 시베리아의 오로라를 그대로 담은 꼬리날개가 매력적이었어요.

 

 
 
살면서 언제 또 타볼 수 있을지 모르는 기종이니 세이프티카드도 한 장 담아주고~

 

 
출발준비를 마치고, 택싱중에 한 장 담아봅니다.
잘 보시면 이코노미가 2*3배열인데 앞쪽에 비즈니스석까지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지금이야 더 작은 비행기도 많이 타봤지만 저는 이 전까지 타본게 전부 보잉 737 내지 에어버스 320 시리즈였기 때문에 2*3배열도 정말 신기했습니다..

 

 
평범한 인천 이륙이지만, 제 인생에 있어서 유일하게 보잉/에어버스 외의 기종으로 뜬 인천공항이었습니다.

 

 
 
이륙 후 한 30여분 지났을까, 드디어 기내식이 도착했습니다.
 
사실 이 기내식, 정말 특별합니다.
메뉴와 맛은 그냥 평범했지만 무엇이 특별하냐 하면...

 

 
바로 위 사진 메타데이터에 담긴 촬영위치입니다.
눈치채신 분이 계신가요?

 

한가운데의 보라색 점이 사진이 촬영된 위치입니다. 당시 B467항로를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네.. 바로 북한 영공입니다.
북한 영공은 동쪽으로 넓은 범위를 갖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조금 떨어진 이 곳까지도 북한이 관제권을 가지고 있어요.
과거 한국을 비롯해 모든 서방 국가 항공사에도 북한 영공이 개방된 적은 있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만, 제가 이 비행기를 탄 시점은 2015년..
한국을 비롯한 서방 항공사를 타고서는 절대 북한 영공을 통과할 수 없을 시점이었지만, 러시아 국적 항공사를 이용한 덕분에 인생 처음으로 북한 영공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시간은 여전히 새벽 3시 반 가량이지만, 벌써 동이 트기 시작합니다.
정확히는 제가 해를 따라가고 있다고 보는게 맞겠지만,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더라구요.

 

 
 
갈수록 바깥 풍경은 점점 더 밝아지고, 어째서인지 창문에 성에가 끼기 시작했는데..
점점 더 북으로 북으로 계속해서 날아갑니다.

 

 
02시 50분경 이륙 후 약 4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야쿠츠크 공항에 착륙합니다.
이 때까지 제가 가본 곳이 대체로 아시아권 나라들 뿐이었기 때문에, 광활하게 펼쳐진 평지가 너무나도 신기하더라구요.
 
이게 지평선이라는건가? 라는 생각과
한 저 정도에는 산이 있어야하는데..? 싶은 생각을 하면서 바깥 풍경에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바로 옆에는 아에로플로트의 A333기가 보딩브릿지를 떼고 있었습니다.
등록부호가 VQ-BMX, 즉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뮤다에 등록된 항공기입니다.
 
러시아는 외산 항공기에 대한 관세가 많이 비싼 편인건지, 보잉, 에어버스 등 각종 외산 항공기들은 버뮤다에 우회 등록하여 VQ-B** 등록부호를 달고 많이 운항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제제로 러시아의 해외 자본 몰수가 이루어지자 이를 피하기 위해 현재는 전부 러시아 등록부호(RA-*****)로 전환했다고 하네요.
 
VQ-BMX 역시 현재는 RA-73159를 달고 운항중입니다.

 

 
내리기 전 보딩패스 한 번 더 찍어주고~

 

 
기다리고 있는 램프 버스에 탑승합니다.

 

 
 
램프버스에서 한 장 마지막으로 담아봅니다.
조금 더 잘 찍을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어요.

 

 
한 5m? 10m? 쯤 가서 램프버스를 다시 내리고는 터미널로 걸어서 이동..
구내 도로를 사람이 걸어서 건널 수가 없는건지..조금 이해는 안 갔지만 뭐 하라는대로 해야죠 ㅋㅋ..
 
 
터미널로 들어가니 웬 면세점?
알고 보니 정말 여기 보이는게 면세구역의 전부이고, 반대편에 바로 심사대가 있습니다.
국제선이 많지 않은건지 입국장/출국장 구분 없이 이 공간을 활용하더라구요.
덕분에 엄청 오래 걸리는 입국심사를 앉아서 대기할 수 있는 건 좋았습니다(...)

 

 


정말 색다른 경험을 원하신다면 추천은 하는데...다시 한국 올 수 있니..?

 
터미널에서 마지막으로 타고 온 SU95기를 한 번 더 담고 마무리..

 

 
 
 
야쿠티아항공은 사하공화국과 한국의 친선관계도 있고, 가능한 한국 직항 노선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쉽지 않을 뿐인 것이죠..
 
솔직히 야쿠티아항공은 특별히 문제가 없었어서 그런지 마음에 들었고,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직항이던, 환승이던 다시 한 번 타고 야쿠츠크 일대에 여행을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어서 평화가 찾아와서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좋겠습니다.
 
이번 글도 끝까지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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