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747을 그렇게 많이 타본 적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747과 함께한 여정은 늘 의미있던 것으로 기억되곤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23년 8월 일본 여행 당시에는 에티오피아항공으로 일본행, 아시아나로 한국행을 미리 끊어둔 상태였는데, 에티오피아항공의 항공사 고객센터측 실수로 제 티켓이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바람에(...) 강렬한 기억에 남았을 지도 모르겠네요.
하여튼 당시 PP카드로 들어갈 수 있었던 나리타공항 1터미널의 라운지 도장깨기, 그리고 지금은 추억속으로 사라진 아시아나항공의 보잉 747-400 리뷰를 해보고자 합니다.
공항으로
이 날 기억이 워낙 뒤죽박죽이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일단 킨시쵸역에서 보통열차 그린샤를 탄 것은 확실하니 여기서부터 써 내려가 보겠습니다.
그리하여 탑승한 열차가 E217계로 운행중인 쾌속 나리타공항행입니다.
지금도 요코스카-소부쾌속선 직통 운행용으로만 쓰이고 있는데, 야마노테선에 들어가는 전자레인지E235계 열차로 상당한 속도로 바뀌고 있어요.
물론 이런 E217계에도 그린샤는 잘 붙어 있어요.
어서 탑승해 봅니다.
보통 이런 보통열차 그린샤를 이용할 때에는 스이카 등의 교통카드를 이용해 그린권을 교통카드에 담고, 열차에 승차하면 천장의 교통카드 리더기에 태그해서 좌석을 점유하는 방식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고..
그래서 오히려 종이 승차권으로 그린권 발매가 안 되는 줄 아시는 분이 계시는데, 의외로 잘 살아 있어요.
스이카가 생긴 이후로도 남은 과거의 흔적이라고 할까요?
그럼 좌석 점유는 어떻게 하느냐 하면, 그냥 승무원이 검표 요청을 할 때 보여주면 됩니다.
승무원이 직접 하차역까지 점유처리를 도와주며, 교통카드를 태그한 이후와 같이 점유 상태로 변경됩니다.
참고로 지금은 그린권 요금이 변경되어서, 종이 승차권으로 발매할 경우 차내 발권시와 같은 요금을 받습니다...(역시 돈일본)
공항까지의 일본 출발 전 마지막 기차여행을 즐겨 봅니다.
공항제2빌딩역을 지나고, 바로 1터미널에 도착합니다!
그렇게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 51분.
그러나 제가 탈 105편은 19:55분 출발.. 17시는 되어야 에어사이드로 들어갈 수 있을텐데, 랜드사이드 라운지에서 그만큼 뻐기고 있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만..
일단 과거의 아픔을 담은 검색대를 지나서 공항으로 들어갑니다.
이런게 비즈니스 라운지라고..?
대한항공 KAL Lounge
2025년 3월 기준 PP카드로 들어갈 수 있는 나리타공항 1터미널의 라운지는 단 2개뿐.
랜드사이드의 음료밖에 제공되지 않는, 횟수 제한 있는 라운지카드로는 정말 가기 아까운 라운지가 하나,
그리고 국제선 에어사이드에 그럭저럭 괜찮아진 라운지가 하나. 총 2개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직후 여행객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을 당시에는 이런저런 항공사 라운지들도 PP카드 고객을 받았답니다.
그리고 이 때 당시 PP카드로 갈 수 있었던 1터미널 라운지가 바로 대한항공 칼라운지, 전일본공수 라운지였어요.
근데 일단 에어사이드를 못 들어가면 답이 없는거라, 그냥 돈 값 못하는 랜드사이드 라운지나 가서 대충 잠이나 잘까 했는데요..
마침 주로 380이 들어가는 그 OZ101편 체크인이 진행중이었고, 덕분에 아시아나항공 카운터가 열려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운터에서 체크인이 가능한지 여쭤보았더니 놀랍게도 체크인을 받아주셨습니다.
오후 12시 13분, 무려 출발 7시간 40여분 전에 체크인을 마치고 랜드사이드로 들어갑니다!
설마 아직 제 항공편이 표시도 되기 전에 에어사이드에 들어갈 줄은 상상도 못했죠..
Face Express는 지원하지 않지만, 오늘은 넘쳐흐르는게 시간이니 괜찮습니다.
살짝 공항 산책을 하고 들어갑니다.
도착했습니다. 대한항공 KAL 라운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이 그래도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대한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고객 전용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보고도 당당하게 아시아나항공의 이코노미 탑승권을 내밀고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큰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당연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요..
솔직히 기존에 인천공항 대한항공 라운지를 가본 적이 있었기도 하고, 그래도 대한항공 정도 되는 곳에서 운영하는 해외 공항의 비즈니스 라운지이니 꽤나 기대를 하면서 들어왔는데요.
음..정말 실망스러웠어요.
제주공항의 국내선 라운지랑 비교해서 조금 나은 수준이었습니다.
핫밀이 하나도 없고, 전부 콜드밀에 오니기리도 차라리 편의점에서 파는 게 나은 수준..
좌석도 딱 국내선 라운지 수준에, 샤워실도 없구요.
제가 만약 나리타에서 대한항공 비즈니스를 타면서 여기를 왔다면 너무 아까웠을 것 같아요..
정말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바로 나와서 전일본공수 라운지로 가고싶었지만 당장은 갈 수 없으니, 일단 적당히 점심 요기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대한항공은 제발 이거 반만이라도 해주세요..
전일본공수 ANA Lounge
바로 대한항공 라운지를 나오지 않은 이유는 큰 건 아니고, 전일본공수가 일부 혼잡시간대에 PP/라운지키 고객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하필 에어사이드를 들어왔을 즈음 이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답니다..
참고로 전일본공수 라운지에는 제한이 하나 더 있었는데, 'ANA 또는 Star Alliance 항공사 이용객만 PP/라운지키로 입장 가능'이었습니다.
아시아나 이용 예정이라 대상이었던 덕분에 ANA도 갈 수 있었어요.
역시 라운지 입구부터가 차원이 다릅니다..
들어와 보니 제일 먼저 보이는게 밀리언마일러에게 제공되는 네임택.. 정말 갖고싶더라구요.
아마도 스타얼라이언스랑 ANA계열만 표시해 주는 것 같은데, 어차피 그 사람들만 들어오니 상관은 없을겁니다.
파이널 콜은 또 따로 표시해주는 게 좋더라구요.
내부가 정말 거대합니다.
대한항공 라운지는 딱 지금 보이는 앵글 정도가 끝이었는데, 여긴 이 앵글만큼이 한 4개 더 있는 느낌이에요.
마침 창가에 나리타에서만 볼 수 있는 그 친구,
나리타-호놀룰루만을 왕복하는 전일본공수의 A380이 승객을 태우고 있었어요.
바로 창가에 가서 담아봅니다 ㅎㅎ
(이제 저 멀리 대한항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일단 식사를 하기 전에 샤워 예약부터 해두고 싶어서 예약을 하러 가보니..
음...쉽지 않습니다.
어차피 바로 집으로 가는거니 그냥 패스하도록 합니다.
일본 라운지 답게 이런 통화용 부스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음식, 음료 라인업에 감동하고 말았어요.
사진으로 다 담지 못할 정도로 다양했어요.
아이스크림과 카레도 있었고, 무려 라멘, 우동 등 면 요리도 따로 주문할 수 있었답니다.
여기는 일본이고, 일본 항공사가 이렇게까지 하는건 당연하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대한항공이 이거 절반, 아니 3분의 1이라도 해 주면 좋겠는데 말이죠..
한 상 가득 차려서 A380을 보며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먹고 마시고 즐기다가 시간이 촉박해진 채로 나온 탓에 서둘러서 게이트로 갔는데...
이번 게이트랑 ANA라운지가 좀 많이 멀어서 더 서둘렀는데, 좀 천천히 왔어도 될 뻔 했었네요..
마침내 마주한 하늘의 여왕
OZ 105 NRTICN HL7428 B747-400
사실 마일리지 항공권이 이 날 이 편만 남아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이른 편을 끊어도 됐습니다만, 이 편으로 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 세대를 풍미한, 지금 봐도 정말 거대하고 웅장한 하늘의 여왕, 보잉 747-400 항공기입니다.
이 때 당시에도 아시아나항공이 여객용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B744는 HL7428 단 1기 뿐이었기 때문에, 이 항공기를 제 일정에 넣을 수 있는 상황에서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예매한 것이었죠.
보딩브릿지 연결부 안쪽에서 금호 윙로고를 볼 수 있다는게 진짜 어색했어요.
정말 거대한 친구에게 몸을 맡기고 있구나..싶더라구요.
앞쪽 도어로 탑승했기 때문에 2층 비즈니스석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담을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 안에 계단이라니 정말..너무 신기했어요.
일단 짐부터 넣고 촬영을 해서 어질러져 있습니다만.. B744는 워낙 큰 기종이다 보니 꼬리 쪽으로 가면 좌석수가 줄어 2-4-2 배열이 되더라구요.
메인 덱의 2-4-2 중 맨 앞 열을 골랐는데, 예상보다 물리적으로 창문과 많이 멀어서 당황했습니다..
제 자리에서는 대충 이 정도로 날개가 보였습니다.
뭔가 투박하고 멋진 AVOD.
이런 투박한 AVOD가 주는 설렘이 또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언제 또 탈 수 있을지 모르니 세이프티카드도 남겨줍니다!
3-4-3배열의 이 큰 비행기를 어떻게 만들 생각을 한 걸까요..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신기할 뿐입니다.
후방 도어 역시 거대합니다.
이제 와서는 애초에 744가 없으니 의미가 없는데, 제가 B744를 처음 탔을 적에는 문 밑부분이 튀어나온 구조인 걸 모르고 비상구 창가석을 달라고 했다가 비행 내내 고통스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다 추억이네요.
뭔가 옛날 탈 것들 중 오래된 것들을 보면 꼭 이렇게 음용수 급수대가 있어요.
B744도 마찬가지여서, 급수대가 있더라구요.
심지어 작동도 하던 모양인지, 물이 떨어져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음은 화장실.
매번 청소를 하니 당연하겠지만 매우 깨끗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기내 어딜 가도 보이는 국한문공용체는 세월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제 승객 탑승을 마치고 이륙을 준비합니다.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한 리모컨이었어요.
여기저기 다 이 리모컨이 달려있던 느낌이.
드디어 이륙합니다!
역시 물리적으로 창문이 멀어서 힘들더라구요ㅠㅠ
열심히 떠올라 순항고도에 들어갑니다.
제대로 된 플레이트에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핫밀인 것에 감사를 해야 할 지경입니다..
요즘은 핫밀도 안 주는 FSC도 있는 서울-도쿄 노선이니깐요ㅠㅠ
이미 라운지에서 포식을 한 덕에 배가 불렀지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눈 깜짝할 새 경기도 평택 상공이었습니다.
경기 안산시, 대부도 상공을 통과하면서 인천공항을 오른쪽에 끼고 선회합니다.
마침내 인천공항에 착륙.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에 내리면 도착 정보 및 환승 정보를 띄워주곤 했는데, 이게 은근히 '이번에도 잘 다녀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꼭 봐야 하는 포인트같은 느낌입니다.
언제 또 747을 탈수 있을지 모르니 일부러 마지막으로 내리면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담았습니다.
(갑자기 일본으로 다시 가고싶어지는 순간 1위)
무착륙 관광비행 관련 안내가 아직까지 남아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2023년에 들어오면서 다 종료한걸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이제 짐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하나의 전광판에 나리타, 하네다가 함께 표시되는게 기분이 참 묘했어요.
심지어 저 둘은 대략적으로도 6시간 가량의 텀이 있는데..
만남이 있으면 떠남도 있는 법이지만, 자신의 인생에 있어 변곡점이 된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것은 참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저로서는 747이 그러한 비행기 중 하나였어요.
인생 처음으로 보호자 없이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를 가본 경험. 대한항공을 타고 김포에서 상하이 홍챠오 공항까지의 여정이었는데요.
그 때 탑승한 기종이 보잉 747-400, 레지넘버까지 기억나는데 HL7461입니다.
이후 7461은 코로나 당시 중국 우한 지역 거주중인 재외국민의 귀국 전세기로 활약했고, 잠들었다가 결국 스크랩 처리되었는데, 이 동체를 활용한 네임택이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에서 판매되는 것을 알자마자 바로 구매해 지금까지 소지하며 기억하고 있지요.
747은 특히나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기종일 테지만, 저에게 역시도 특별한 기종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사라져 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어떤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게 될지 기대도 되네요.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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