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처음 미국 갈 때는 최소한 평범하게 직항으로 갈 줄 알았어요 ~~
안녕하세요.
항공 기행 전문가 나루입니다.
이번에는 사실 기행을 하려고 한게 아니었어요.
원래는 평범하게 HNL경유 LAX행 하와이안 항공을 끊어 두었습니다. (이미 평범하지 않다고 하시면 할 말은 없긴 합니다)

그러나 학교 일정으로 인해 못 가게 되었고, 결국 다음에 더 준비해서 가자.. 라며 취소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는 언젠간 가보겠지 하고 그냥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8월 25일 밤, 개강 전 마지막 주말은 그저 평범하게 당시 에어로케이가 잠시 운항하던 청주-양양이나 타볼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항공편을 찾아보다가 또 삼천포로 새서는 뜬금없이 미주행 항공권을 보게 되었죠.(재앙의 시작)
...왕복 110만원..? 하와이안도 싸게 끊어서 120이 넘었는데..?

이번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게 됩니다..ㅋㅋㅋ
일단 ESTA!!! ESTA부터!!!!! 얼른!!!!!!
2000년대에 미국을 가 보신 경험이 있는 분들은 다들 아실겁니다.
여행 등 단기 체재 목적으로 미국에 갈 때 한국인은 무비자로 입국을 할 수는 있지만, ESTA라는 전자여행허가를 미리 받아야 합니다.
보통은 신청하고 몇 시간 이내에 결과가 나오지만, 지금 저와 같이 당장 출발을 앞두게 된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으로 다가오곤 하죠.
신청한게 대충 25일 23시경인데, 다행히 26일 01시 반 경에 신속하게 ESTA 허가가 났습니다.

이제 미국으로 입국할 준비는 끝입니다.
저는 미국에 가요
PR467 ICNMNL RP-C9919 A321-200
이렇게 급하게 정해진 여정이지만, 이번 여정에는 동행자가 있습니다.
물론 인천공항에서 헤어졌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기로 되어있긴 하지만요 ㅋㅋㅋ
참고로 이번 여정의 왕편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11시간 45분의 대기 시간이 있습니다.
에어사이드에서 라운지를 가거나 하며 쉬어도 되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니 필리핀에 입국할 준비도 미리 해 둡니다.
필리핀도 이제 입국서류 작성을 휴대폰으로 해 두어야 하더라구요.
eTravel이라는 시스템으로 입국 서류 내용을 작성하고, QR코드를 캡쳐해 둡니다.

그리고 공항철도 막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

새벽에 할 일 없이 공항을 돌아다니다가 이런걸 다 보네요.
(당신은 저장되었습니까?)

쪽잠을 자고 체크인을 하러 갑니다.
뒤로 살짝 보이지만 체크인은 05:10에 시작되었습니다.

카운터가 열리고 체크인을 합니다.
사실 미국으로 가는 여정에서는 필리핀에서 굳이 짐을 찾을 이유가 없어서, 짐을 샌프란시스코까지 부쳐달라고 했는데 미주행 체크인이 여기서는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애초에 필리핀에 입국을 할 생각이긴 했는데, 괜히 짐이 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일단은 마닐라행 467편의 탑승권을 받았습니다.
필리핀항공은 나름 필리핀의 메인 FSC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항공동맹에 가입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모처럼 처음 타는 장거리 항공여정이 되는데, 마일리지도 못 받는건 조금 슬프지 않나...싶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을 여기서 만났습니다.

NH..??? 엥..? 전일본공수..???
일단 속는 셈 치고 넣었는데 탑승권에도 멀쩡히 전일공의 회원번호가 찍혀나옵니다...
알고 보니 필리핀항공은 마일리지를 타사에 쌓는게 거의 불가능하고, 특정 국가로 가는 노선의 경우 그 국가의 제휴된 항공사 FFP에 추가로 적립이 가능한 형태로 되어있었는데요.
유일하게 예외적으로 모든 노선 적립이 가능하도록 제휴된 항공사가 전일본공수였습니다...
아시아나 통합 발표 이후로 스타얼라이언스 마일리지를 기본 전일본공수에 쌓고 있었는데,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다 있네요.
(미리 스포하자면 전일본공수에 적립이 되어서, 적립을 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보딩 마감이 0740이라고 하니, 07시에 여는 라운지밥집에 와서 얼른 흡입해주고

그리고 열심히 달려 게이트에는 0735에 도착!

마닐라까지 신세질 A321 RP-C9919 기재
얼른 담고 탑승합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가는데 협동체를 탄다니 조금 인지부조화가 오네요 ㅋㅋㅋ

옆 게이트의 캐세이.
레지넘버고 뭐고 다 못 보긴 했지만 너구리 칵핏윈도우랑 캐세이인걸 감안하면 A359같습니다 ㅋㅋ
뒤에 보이는 유나이티드는 아마 당일 UA805편으로 SFO에서 날아와 UA806편으로 운항 전 대기중인 항공기인것 같은데, SFO를 가기 위해 MNL로 가는 제가 저걸 보니 기분이 복잡하더라구요..ㅋㅋㅋㅋ

국룰인 세이프티카드 사진도 담아줍니다.


활주로로 택싱~

이륙 후 덴탈키트를 모든 승객에게 나눠줍니다.
필리핀은 3개월 정도 왔다갔다하며 산 적이 있긴 한데, 맨날 세부퍼시픽이나 제스트항공 같은 곳만 타고 다니다가 처음으로 타는 필항이라 조금 어색하네요.
원래 이렇게 주는게 맞는 건가 싶습니다.

이어서 나온 기내식.
지금 생각해보면 왜 기내식보다 칫솔을 먼저 준 건지 좀 이해는 안되긴 하는데, 아무렴 어때요.
필리핀 살 적에 많이 먹던 요리들입니다.
이름은 모르겠는데 다진 고기 요리랑 스크램블 에그의 조합이 좋아요.
별 거 아닌 요리인데 추억보정 들어가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ㅋㅋ

기내 인테리어는 이런 느낌입니다.
풀캐리어긴 한데 되게 저가항공 느낌이에요.

4시간에 달하는 비행 시간이지만 거의 잠든 채로 마닐라 상공에 도착.
10년여 만에 필리핀 땅을 밟습니다.
별로 짐 찾기 싫은데 어쩔수 없이 짐을 찾습니다.
늘 저가항공만 탔어서 3터미널이 더 익숙한데, 여긴 오히려 1터미널 시설이 조금 더 낙후된 느낌입니다.

마닐라 찍먹하기
SM Mall of Asia
입국하고 제일 먼저 할 일은 필리핀항공 카운터에서 짐 부치기..
아무래도 국적사이니 카운터는 공항 영업중엔 계속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구요.
미주노선이 거의 다 야간에 출발하다 보니, 대략 13:30 정도는 되어야 카운터가 오픈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아직 1시간여가 남은 상황이라, 시내에서 쓸 약간의 경비를 출금하려고 ATM에 갔는데...

트래블카드가 몇 번을 시도해도 출금이 안 됩니다...
페소던 원이던 달러던 현금은 전혀 없는 상황인데..어떻게 해야하나 하다가 지갑을 보니 웬 100위안짜리 중국 돈이 있네요...?
그걸 보고서야 일주일 전 학교에서 중국 연수를 다녀올 때 모든 돈을 현금으로 가져온 후배를 구원(...)해주고 현금을 받았던걸 기억해냈습니다..
이번엔 제가 반대로 그걸로 구원을 받았네요 ㅋㅋㅋ
당시 기준환율로는 100위안이면 대략 770페소쯤 되었을 텐데, 공항 환율로 700페소를 받았습니다.
제가 있던 10년 전 즈음에도 신권이 발행되던걸로 기억하는데, 그거랑 또 달라진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의도치않게 여행경비 마련에 거의 1시간을 다 쓰고, 카운터에서 체크인과 수하물 위탁을 마칩니다.
장거리 항공편이기 때문에, 좌석은 일부러 제일 뒷 좌석으로 지정받았습니다.
뒷사람이 없으니 아무 신경 안 쓰고 최대한 젖히고 갈 생각이에요 ㅋㅋ

이제 짐으로부터 해방!!
그랩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을 나섭니다.

중간에 동의 하에 유료도로를 탔는데, 요금을 바로 현금으로 줄 수 있냐고 하시더라구요.
100페소짜리가 제가 가진 제일 작은 돈이었어서 드렸는데 거스름돈을 전부 5페소짜리 동전으로 받았습니다.
기사가 일부러 바꿔서 준것도 아니니 요금소 직원이 이렇게 준건데 실환가......5페소 13개.........

필리핀의 유구한 대중교통 지프니도 다시 보니 반갑네요 ㅋㅋ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여서 금방 도착했습니다.
한국의 신세계 정도랑 비슷할까요, 필리핀에서 제일 큰 쇼핑몰 아울렛 브랜드인 SM MALL입니다.
그 중에서도 여기는 MALL OF ASIA라고 불리는, 필리핀, 아니 아시아에서 제일 큰 쇼핑몰이라고 주장하는 아울렛입니다.
알아보니 2006년 오픈 당시에도 필리핀 최대는 맞았지만 아시아 최대는 아니었다고 하네요 ㅋㅋㅋ
필리핀 최대의 타이틀도 뺏긴 적이 있지만, 지속적인 확장 공사로 되찾았다고 합니다.
하여튼 저는 필리핀에 있을 적 마닐라에 있던 게 아니었고, 몰 오브 아시아라는 이름에 끌려서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계속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이 정말 좋은 기회였어요.

필리핀은 쇼핑몰에 들어갈 때에도 테러 방지를 위한건지 가방 검사를 합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도 미리 가급적이면 짐을 부치고 오려고 했던 거였어요.
들고있던 가방이 핸드백 느낌의 작은 가방이 전부였어서 대충 보고 넘겨주더라구요 ㅋㅋ
들어와보니 성대한 환영?을 해줍니다.
특별한 목적 없이 오긴 했지만, 처음 갈 곳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필리핀의 소울푸드, 쟐리비!!!!
정말이지, 너무 그리웠습니다...
필리핀에서 한 달 있다가 한국 갈 때, 비행기에 사들고 타서 먹었던 어떤 메뉴가 있는데, 도저히 잊을 수가 없더라구요... 무엇이냐 하면...

쟁반 왼쪽에 담겨있는 치킨조이 세트입니다...
진짜 너무 그리웠어요...
요리 하나하나는 그냥저냥인데 저 조합이 미쳤습니다.

원래 그레이비소스는 치킨을 찍어먹으라고 나오는거겠지만 저한테는 고추장과 다름없습니다.
그레이비소스를 국물삼아 약간 인남미스러운 저 밥과 함께 먹어주면 진짜 극락입니다...
지금 글 쓰면서 보는데도 군침이 고이네요 ㅠㅠㅠㅠㅠ

파스타는 평소 먹던 맛과 다르지만, 필리핀에서밖에 먹어본 적 없는 미묘한 맛입니다.
완전 케챱맛도 아니고 뭔가 크리미한 맛도 들어가있는데 또 로제는 아니에요.
저 햄도 뭔가 다른데 나름대로의 맛이 있구요.
그냥 너무 맛있습니다...뭔가 진짜 제대로된 표현을 모르겠는데 맛있어요.
괜히 필리핀의 소울푸드가 아닙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쇼핑몰을 둘러봅니다.
무슨 쇼핑몰 한가운데에 2층짜리 회전목마가 있네요..

지냈던 동네의 SM몰에 가면 꼭 갔던 내셔널 서점도 들러줍니다.
필기구 아이쇼핑 한 번 해주고!

정말 예상하지 못한 시설도 있었어요.
무슨 아이스링크가 쇼핑몰 건물에, 그것도 4층에 있네요..

오면서 유니클로랑 요시노야는 보고 있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야끼니쿠라이크는 엥?? 스러웠어요. 이거까지 있구나...

뭔가 이벤트가 진행중인 광장

이정도 둘러보고 슬슬 바깥 구경도 해보려 밖으로 나갑니다.
마닐라 해변에 위치해 있어 바다도 볼 수 있거든요.
나가는 길에 솜사탕 기계가 다 설치되어 있네요.

바깥으로 나오니 조금 더 본격적으로 놀이기구가 있습니다.
정말 여기 오면 모든게 다 되네요 ㅋㅋ

관람차도 엄청난 규모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옆을 보니 바이킹까지...
규모가 상당합니다.

삼겹살집도 있네요 ㅎㅎ

일식집인데 사진 속 야키소바 비주얼이 그냥 짜장면입니다..

카페에서 잠시 쉬면서 재정비를 합니다.
여권을 잠시 보는데,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지금 여권은 구여권 재고떨이용으로 저렴하게 발급받은 4년 11개월짜리 여권인데, 해봐야 일본 정도나 갈 줄 알았던 이 여권으로 생각보다 많이 다녔습니다.
일본 중국 필리핀 미국 4개국이나 다녀왔네요.
저 당시 시점 필리핀 무비자 입국은 30일까지인가봅니다.
아니면 제가 입국 목적이 애초 트랜짓-레이오버이니 짧게 찍어준 것일 수도 있구요.

그리고 뭔가 한참 전부터 미묘하게 인터넷이 안 돼서 겨우겨우 와이파이를 연결해 급한대로 eSIM을 하나 구매해 설치했습니다.
공항 돌아갈 택시도 못 부르게 생긴 상황이었거든요.
하루짜리 1기가 심카드인데 요긴하게 잘 썼습니다.(여행자라고 하니 되게 원신 주인공 된 기분입니다)

택시를 부르고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선 차의 상태가 쉽지 않습니다((

택시를 탔습니다.
이걸 보고 제 눈을 의심하고 있는 와중에 뭔가 위화감을 느껴 운전석을 보니

미션까지 수동미션일 줄이야.....

하여튼 그렇게 공항으로 향합니다.

필리핀 레이오버는 재미있긴 하지만, 솔직히 무작정 들이받기에는 조금은 조심해야할 수 있습니다.
치안 상태가 사실 다들 아시다시피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무장한 개인 경비원을 두는 게 일반적이기도 합니다.
그치만 어딜 가나 다 사람 사는 곳이긴 해서, 안전한 곳, 사람 많은 곳 위주로 방문하시면 좋은 경험이 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 편은 여기까지.
다음 편은 정말로 미국행 항공편 이야기입니다.